2026-04-29
회사에서 마케팅 글 자동화 만든 이야기
신제품 마케팅 글을 AI로 자동화하려고 했는데, 잘 쓰인 프롬프트보다 버튼 하나가 더 중요했다.
최근 팀에서 이런 요청이 들어왔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SNS 포스트, 뉴스레터 서문, 제품 소개 문구를 매번 사람이 쓰는데 — 분량에 비해 시간이 너무 많이 잡힌다는 거였다.
왜 그렇게 됐는지 따라가 보면 이유가 꽤 구조적이다. 마케팅 채널이 늘어날수록 같은 내용을 조금씩 다른 말로 반복해서 써야 하는 일이 배로 늘어난다. 신제품 하나 나오면 인스타 문구, 이메일 서문, 홈페이지 소개, 블로그 포스트 도입부가 각각 따로 필요하다. 전부 비슷한 맥락인데 채널마다 길이와 톤이 달라서 복붙이 안 된다. 처음엔 "그냥 사람이 쓰면 되지"였는데, 출시 주기가 빨라지면서 그 "그냥"이 버거워진 거다.
"AI로 자동화하면 안 되나요?" 라는 말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웠다.
근데 그냥 시키면 결과물이 이상하다
문제는 AI한테 그냥 시키면 결과물이 너무 밋밋하다는 거다. 브랜드 톤이 없고, 우리 회사가 쓰는 특유의 말버릇이나 강조 방식이 전혀 안 나온다. GPT한테 "우리 회사 스타일로 써줘" 라고 하면 뭔가를 써주긴 하는데, 솔직히 읽으면 다른 회사 글이다. (처음엔 프롬프트를 잘못 짠 내 문제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일단 돌아가는 걸 먼저 만들기로 했다
처음부터 완성된 시스템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일단 하루 안에 돌아가는 POC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어차피 뭐가 문제인지는 써봐야 안다.
첫 버전은 단순했다. ChatGPT에 기존 마케팅 글 몇 개를 붙여넣고, "이 글들의 스타일로 신제품 소개 문구 써줘"라고 하는 게 전부였다. 결과는 예상대로 안 좋았지만, 어느 부분이 어떻게 안 좋은지는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기존 글에서 프롬프트를 뽑아보기로 했다
POC를 돌려보면서 문제가 명확해졌다. 스타일을 직접 설명하려고 하면 안 되고, 실제로 쓴 글에서 역추출해야 한다. NotebookLM이 그걸 꽤 잘 한다.
기존에 팀이 써온 마케팅 글 30~40개를 NotebookLM에 올려놓고 이렇게 물었다.
"이 글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 패턴, 문장 구조, 톤의 특징을 추출해줘. 그 특징을 기반으로 새 글을 쓸 때 쓸 수 있는 프롬프트 지침을 만들어줘."
결과가 꽤 쓸 만했다. 내가 의식 못 하고 있던 패턴도 나왔다 — 좀 찔렸다. "단정적 선언 → 부드러운 감성 마무리"라는 구조가 거의 모든 글에 있었는데, 당사자들은 그걸 의식하지 못하고 써왔던 거다. 이걸 프롬프트에 그대로 녹였더니 결과물의 질이 꽤 달라졌다.
근데 이게 한 번으로 안 끝난다
추출한 프롬프트를 바로 쓰니까 처음에는 꽤 잘 됐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겼다. 브랜드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캠페인마다 톤이 미묘하게 달라야 하는데, 프롬프트를 그냥 텍스트 파일 하나로 관리하다 보니 어느 버전이 최신인지 알 수가 없어졌다. 한 달 전 캠페인용 프롬프트랑 지금 쓰는 게 같은 건지 다른 건지도 불분명했다. (현타가 왔다는 표현이 딱 맞다.)
프롬프트 버저닝과 채널별 프리셋 구조를 만들었다. 버저닝은 변경 이유와 날짜를 같이 기록하는 방식이다. v1.0 — 초기 추출, v1.1 — Q3 캠페인 이후 톤 조정, v2.0 — 브랜드 리뉴얼 반영 식으로. 변경 이유가 없으면 버전을 올리지 않는다.
프리셋은 SNS용, 뉴스레터 서문용, 제품 상세 페이지용처럼 채널마다 베이스가 조금씩 다르다. 공통 스타일 가이드를 "코어 레이어"로 두고, 채널별 지침을 "채널 레이어"로 얹는 구조다. 새 캠페인이 생기면 채널 레이어만 건드리면 된다.
처음 만든 건 기능이 너무 많았다
첫 번째 POC는 프롬프트를 직접 수정하고 결과에 점수를 매기는 사이트였다. 점수가 쌓이면 그 피드백으로 다음 글을 더 잘 쓰게 만드는 구조. 나름 잘 설계한 것 같았는데, 사람들이 안 썼다.
원인은 단순했다. 기능이 많으면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점수를 매기는 작업이 마케터 입장에서 낯선 작업이었다. "이게 뭘 해주는 건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이 나왔다.
방향을 바꿨다. UI를 버튼 하나로 줄였다.
대신 그 버튼 뒤에 파이프라인을 설계했다. 웹 서치로 최신 정보를 끌어오고, 여러 모델이 순서대로 초안을 잡고, 퇴고까지 돌리는 구조다. 사용자 눈에는 버튼 하나지만 안에서는 꽤 긴 과정이 돌아간다.
"이거 계속 쓸 수 있어요?" 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다.
지금은
자동화라는 말을 쓰기엔 아직 사람 손이 많이 가긴 한다. 생성된 초고를 그대로 쓰진 않고 다듬는 과정이 남아있고, 프롬프트도 분기마다 한 번씩 점검이 필요하다. 그래도 "처음부터 쓰는 것"과 "좋은 초고를 다듬는 것" 사이의 시간 차이는 꽤 크다. 방향은 맞는 것 같다.